망상 꽁트 - 가운데 1 | 2007/06/29 02:40
/ 2. 망상 폭주! 문을 열었더니 얼굴이 안보이는 이상한 녀석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얼굴이 안보이기는 한데, 일단은 아는 녀석. 그런데 누굴까?
얼굴이 아래로 향한 채 이쪽을 바라보니 - 이렇게 말한다는게 절대로 문법에 맞을 리가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 마치 인사하는 것 같이 보이기는 한다.
“안녕.”
“누구냐.”
이렇게 밖에 돌려줄 말이 없었다.
분명 누구인지는 알고 있지만 내 상식은 이녀석을 인간으로 인정하길 거부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말해서, 고개를 푹 수그리면서 날 보지도 않고 ‘안녕’이라 말하는 것이 통상의 인간이 할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말이 없다. 농담이 심했나?
“어이”
“....”
“누구세요?”
“..... 알면서 그런 말 하는 거야?”
마치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힌 것 같은 말투의 반응. 전혀 그럴 리가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으니까 더욱 더 할말을 잃게하는 반응이다.
“정말 잊어버린 거야?”
본인은 농담같은 소리를 밥 먹듯이 하는 주제에 이쪽 농담을 절대 받아주는 척도 안하는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한 녀석이다.
“하... 됐어. 누군지 알았으니까 고개부터 들어라. 뭐하는 거야?”
“별로 특별하게 하는건 없는데?”
“.......”
“.....”
“...”
“..”
“아니, 왜 계속 ....만 나오는 거야?!”
“별로”
아... 저 녀석의 사고회로에 오늘은 또 무슨 이상한 발동이 걸린 걸까.
“하아..”
한숨을 쉰 다음 천장을 본다. 흰 천장에 흰 형광등. 너무나 무미건조하고 단순해서 아무 생각도 들어가지 않은 모습이라 현기증이 날 것 같은 모습이다.
평범한 천장일 뿐인데, 단지 이 녀석의 시공에 빨려들어가서 마치 유체이탈이라도 할 것 같아서 그럴 뿐....
다시 한번 한숨을 쉰 다음, 녀석의 턱을 잡고 단숨에 고개를 위로 올렸다.
....완전히 젖혀져 버렸다. 그대로 천장에 달린 형광등을 보고 있겠지. 과연 이세계의 사고방식을 지닌 인간. 보통 방법으로는 평범한 인간으로 돌이킬 수는 없는 것인가.
좋아. 그렇다면!
두 뺨을 손으로 잡는다. 그리고 뺨을 아래로 잡아당겨서 아래로 끌어내렸다.
눈과 눈이 마주친다. 순간 흐르는 뜨거운 공기. 손에 잡힌 뺨은 부드럽고 느낌이 좋다. 그리고
날 쳐다보는 눈은 초롱초롱하고 묘하게 물기를 머금고 있다. 딱 알맞게 젖어있는 입술. 뺨이
붉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대로 얼굴을 가까이...
“....?!”
퍽, 하고 나를 쳐서 밀어냈다. 그리고는 밀어내기가 무섭게 다시 고개가 내려간다.
“꺅! 징그러!”
그리고 고함.
“반응이 늦네. 한 30초정도.”
“....”
“자, 그럼 왜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지 말해봐.”
재촉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장난, 영문도 모른채 계속 들어줄수는 없다. 적어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아야 맞장구를 치든말든 하지.
그리고 나온 대답은 역시나 상식에 절대로 들어맞을 리가 없는 것이었다.
"고개를 들고다니는 건 힘든 일이잖아.“
.........
......
....
... 무슨 일 있었냐.
“... 설명해.”
“더이상 설명할 건 없는데.”
단숨에 눈앞이 검어진다.
-
“...어쨌든 중간이 가장 힘든거야.”
다시 의식이 돌아왔을 때에는 녀석이 신이 나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정신이 나갔을 때에도 깨어있다고 생각했나보다.
“듣고 있어?”
이제 슬슬 내가 안듣고 있었다는 걸 알아챈 것 같았다.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 정말~”
“미안, 인간의 말이 아닌 말을 듣고 잠시 유체이탈이라도 했나봐..”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고, 알기 쉽게 예를 들어줄게.”
....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 네쪽이다.
“자, 그럼 오른팔은 위로 똑바로 올리고 왼팔은 앞으로 들어. ‘앞으로 나란히‘ 하는 것처럼.”
.... 비몽사몽간 녀석의 말대로 한다.
“그대로 30분간 휴식! 난 책이나 읽어야지.”
............
........
.....
고개를 빼서 왼팔의 시계를 보니 이제 28분이 막 경과하고 있었...
“다가 아니고,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거야!”
오른팔이야 견딜만 하지만 왼팔은 덜덜 떨리고 있다. 참고로.. 녀석은 진짜로 소파에 편안히 앉아 여유롭게 책을 보고 있었다. 울컥.
“반응 늦네. 28분 정도.”
“따라하지 마!”
“왼팔은.. 말할 것도 없네♪”
눈에 보일 정도로 덜덜 떨리기까지 한다.
“어때, 팔도 위로 올리는 것보다 중간까지 올리는 게 더 힘들지? 고개도 마찬가지라는 거야. 엣헴!”
누가 들어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럴 리가 없잖아.
“아냐. 그건 고개도 분명 그래. 단지 사람의 몸이 고개를 중간까지 드는데 익숙해져서 그러지.”
아아.. 그러세요.
“아쉽게도 난 오늘부터 거기에 익숙해지지 않게 되어버렸어~”
할말 없음. 이 녀석의 상식은 대체 어디로 날아가버린거냐. 흔히 말하는 말로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관광보냈습니다.'라고 해야하는 건가.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거야?”
이제 슬슬 짜증이 치밀어올라 말에도 짜증이 배어있다.
하지만 녀석은 여전히 얼굴을 보이지 않는 채다. 확신컨데 싱글싱글 웃고 있다.
저 녀석의 초 마이 페이스야 이미 익숙해졌고.. 평상시에도 보통 선량한 인간같은 얼굴로 저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대니, 오늘같은 이야기에도 분명 무언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양다리는 어렵다고.”
“뭐....?”
아아. 이젠 블랙-아웃에 이어서 화이트-아웃인가. 녀석의 말을 생각하는 머리는 점점 하얗게 탈색되어간다.
하지만... 지금 거꾸로 명확하게 뜨거운 느낌이 끓어오른다. 정말로.. 아마 오라라는게 있다면 분명 내 머리 뒤에서 붉게 타오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할 말이라도 있어? 고민이라면 내가 다 들어줄게”
이젠 웃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아도 보일 정도. 목소리에는 킥킥거리는 웃음이 살살 배어나오고 있다.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고 있는 거겠지. 울컥X2.
“어이.”
“뭔데?”
“한대 때려도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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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이니 뭐니해서 네이버 블로그를 정리하던 도중에, 그때 쓴 꽁트가 있어서 업어왔습니다. 다소 수정을 했지만, 1차 수정과 마찬가지로 개선인지 개악인지 알 수 없는 상황. 물론 내용상의 변화는 없어요~
뭐, 그런고로 처음 보시는 분이나 다시 보시는 분이나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__


